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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에피소드 : 천마는 평범하게 살 수 없다 [독점]

by gur0006 2025. 5. 7.

“천마님, 또 싸우신 겁니까…?”

“아니, 그냥… 마을 개가 짖어서.”

“개가 짖었다고 건물을 반으로 나누시면 곤란합니다…”

로운은 민망한 듯 뒤통수를 긁었다. 사실 개 따위가 짖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천마, 신계와 마계의 경계를 찢고 나온 괴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도심 속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대학생 '로운 강'**이었다.

전생에서 수천을 벤 검제, 현생에선 라면 값 아껴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자취생. 그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이번 생에는, 꼭 평범하게 살겠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오늘도 그는 평범하게 지하철을 타고 통학하려 했을 뿐이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아 있던 어떤 남자가 주머니에서 갑자기 단검을 꺼내더니, 소리를 질렀다.

“다들 가만히 있어! 이건… 염마교의 의식이다!!”

'염마교'라… 로운의 뇌리에 낯익은 단어가 스쳤다. 300년 전 마계를 휩쓸었던, 광기의 교단. 아직도 있단 말인가?

순간, 남자의 손끝이 붉게 물들며 지하철 내부에 불꽃이 일었다. 시민들은 비명을 질렀고, 긴급 제동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로운은 일어나기 싫었다. 정말, 진심으로. 하지만 그의 등 뒤에서 울리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하… 역시 천마는 평범하게 살 수 없는 건가.”

그가 몸을 일으키자, 공기가 바뀌었다. 마력도 아니고, 기운도 아니고, 그저 존재의 무게만으로 공간이 뒤틀렸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눈을 떴고, 로운과 눈이 마주쳤다.

“당신… 뭐지?”

“고시원 304호, 로운 강. 지긋지긋한 천마였다.”

로운이 손을 뻗자, 지하철 천장이 갈라졌고 붉은 기운이 빠져나갔다. 단 한 손짓에 모든 제어 마법이 무력화되었다. 염마교 도적은 경악했고,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손발은 공중에 고정되어 있었다.

“말해. 아직도 염마교는 사람을 제물로 쓰나?”

“그… 그럴 리가… 윽!”

로운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순간 그의 주변 공기가 얼어붙은 듯 정지했고, 염마교인의 입에서는 비명이 아닌 후회가 새어 나왔다.

“이게 바로… 전설에서 말하던… 천마의 기류….”

잠시 후, 경찰이 도착했을 땐 사건 현장은 조용했다. 로운은 다시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족발 리뷰를 보고 있었고, 모든 시민은 무사했다. 다만 한 명, 바지에 오줌을 싼 염마교인이 눈을 굴리며 기절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