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이 내리꽂히는 북부의 설산, 그 한가운데에서 바바리안 '로그란'은 눈을 헤치며 걸었다. 며칠째 음식도, 따뜻한 불도 없이 떠도는 중이었다. 전설 속의 유물 ‘붉은 도끼’를 찾기 위해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이 황량한 땅으로 들어섰다.
“나는 싸움의 아들이요, 야성의 피를 이은 자다… 굴하지 않는다.”
그는 날카로운 바람에 맞서며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옛 부족의 전통이 남긴 주문은 그에게 생존의 의지를 불어넣었다. 산 속에는 늑대 떼와 얼음 고블린이 들끓고 있었고, 하나같이 그의 살과 뼈를 노렸다. 그러나 로그란은 싸움에서 단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는 사내였다.
어느 날 밤, 그는 낡은 폐허 속에서 고대의 봉인을 발견했다. 붉게 빛나는 문양이 어둠 속에서 꿈틀거렸다. 순간, 얼어붙은 공간에 마족의 기운이 흘렀다. “네가 이 무덤을 열었는가, 인간?” 울리는 저음과 함께 붉은 눈의 그림자가 드러났다. 로그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도끼를 들고 있었다.
전투는 순식간이었다. 마족의 창은 눈보다 빠르게 쏟아졌고, 로그란은 피와 살점을 대가로 도끼를 적의 심장에 꽂았다. 고통 속에서 그는 웃었다. 이것이야말로 바바리안의 방식.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자만이 진정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법이었다.
마족이 쓰러지고, 붉은 도끼는 주인을 인정하듯 빛났다. 그 순간 로그란의 몸에 붉은 문양이 떠올랐다. 고대의 힘이 그에게 스며들었다. 이제 그는 단순한 전사가 아니었다. 그는 선택받은 자, 바바리안의 왕이자 새로운 전설의 서막이었다.
“이제 내가 이 땅의 법이다.” 로그란은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살아남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었다. 정복하고, 남기고, 이름을 각인하는 것. 그것이 바바리안의 진정한 삶이었다.